바닷물은 왜 짤까요? 바닷물을 마신 적이 있다면 누구나 짠맛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짠맛의 정체가 무엇이며, 이 짠맛을 결정하는 염도(鹽度)가 어떻게 유지되고 변화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닷물의 염도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 기후, 지구 전체 순환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닷물의 염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염도
염도(Salinity)란 물 1kg에 녹아 있는 염류의 총량을 그램(g) 단위로 나타낸 수치입니다. 보통 단위는 ‰ 또는 PSU (Practical Salinity Unit)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염도 35‰는 바닷물 1kg에 염류가 35g 들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닷물에 포함된 염류 중 가장 많은 것은 염화나트륨(NaCl), 즉 우리가 흔히 먹는 소금입니다. 그 외에도 염화마그네슘, 황산마그네슘, 황산칼슘, 칼륨염 등 다양한 무기염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염류들은 바다의 짠맛을 결정짓고, 동시에 해양 생물의 생존 환경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구 해양의 평균 염도는 약 35‰, 즉 바닷물 1L당 35g의 염분이 포함되어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 염도는 전 세계적으로 균일하지 않으며, 지역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염도는 어떻게 생겼고, 왜 지역마다 다른 이유
바닷물의 염도는 수백만 년에 걸친 지구의 자연 작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핵심은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강물에 있습니다. 강물은 지표를 따라 흐르면서 암석과 토양에 포함된 다양한 무기염류를 용해시켜 운반하게 됩니다. 이 물질들이 바다에 유입되며, 해양의 염도가 형성되고 유지됩니다.
하지만 모든 지역의 염도가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요인들에 의해 염도는 변화합니다.
✅ 증발과 강수
염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증발과 강수입니다. 증발이 많고 비가 적은 지역은 물이 증발하면서 염분이 농축되어 염도가 높아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홍해와 지중해입니다. 반대로 비가 자주 내리고 강수량이 많은 지역은 바닷물이 희석되어 염도가 낮아지며, 적도 부근의 해양이 이에 해당합니다.
✅ 담수 유입
큰 강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지역은 담수의 유입으로 인해 염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강 하구나 한강 하구 근처 바닷물은 주변보다 염도가 낮습니다.
✅ 해빙과 융해
극지방에서는 해빙(海氷, 바닷물이 얼어붙은 얼음)이 생기고 녹
는 과정이 염도에 영향을 줍니다. 바닷물이 얼 때 염분은 얼음에 거의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주변 바닷물의 염도가 높아집니다. 반대로 얼음이 녹으면 담수가 주입되어 염도가 낮아집니다.
이처럼 염도는 지역별 기후와 수문학적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지구의 해양 순환과 기후 시스템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염도와 해류, 기후와의 관계
염도는 해수의 밀도에 영향을 주며, 이는 곧 해류의 흐름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해수의 밀도는 온도와 염도에 의해 결정되며, 밀도가 높을수록 아래로 가라앉고, 밀도가 낮을수록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 원리를 기반으로 한 것이 바로 열염순환(Thermohaline Circulation)입니다. 이는 지구 전체 바다를 도는 ‘해양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순환 체계입니다. 예를 들어, 북대서양의 차갑고 염도가 높은 해수는 아래로 가라앉아 남쪽으로 이동하며, 수천 년에 걸쳐 전 지구를 도는 해류를 형성합니다. 이 과정은 기후 조절, 탄소 순환, 영양염 분포 등 지구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만약 기후 변화로 인해 극지방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담수가 대량 유입된다면, 염도가 낮아져 해류 순환이 둔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일부 지역의 혹한, 폭염, 강우 패턴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전 지구적 기후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해양생물에게 염도가 중요한 이유
해양 생물들은 특정 염도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습니다. 어떤 생물은 높은 염도에서만 생존할 수 있고, 어떤 생물은 낮은 염도나 담수에서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어류, 갑각류, 연체류 등은 몸속의 삼투압을 조절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염도의 변화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연어는 바다와 민물을 오가는 생물로 유명한데, 체내의 염분 농도를 환경에 맞춰 조절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염도 변화가 급격하거나 범위를 벗어나면 이러한 능력도 한계에 다다르게 됩니다.
또한, 산호초와 같은 정착성 해양 생물은 특정 염도 범위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며, 염도의 변화는 산호의 백화 현상이나 성장 정지 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해양 양식업에서도 염도는 중요한 관리 요소입니다. 염도가 적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양식 중인 생물들의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질병에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바닷물의 염도, 단순한 짠맛 이상의 이야기
바닷물의 염도는 단순히 "짠맛"으로 끝나는 주제가 아닙니다. 지구의 기후 시스템, 해양 생태계, 해류 순환, 인류의 식량 자원 등 매우 다양한 분야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염도의 미세한 변화조차도 바다 생물의 생존, 어획량, 기후 변화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기후 변화와 함께 해양 환경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더 나아가 해양 보호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바다의 짠맛 속에는 수억 년간의 지구 진화와 수많은 생명의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이 짠맛이 오래도록 균형을 이루며 유지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